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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사랑

생명수 같았던 추억 속의 우물

by 수니야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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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가난했던 그 시절

생명을 연명해 주던 우물

 

아낙들의 삶과

애환이 있었던 곳.

 

어스름 새벽 길

졸린 눈 부스스 비벼가며

앞 동네 뒷동네 아낙네들

 

하나 둘 모여들어

콸콸 넘치는 샘물 퍼담아

 

머리 위에 올려진

똬리 위에 물동이 올려두고

 

여름이면 훠이훠이 날개 단듯 내달리고

겨울이면 주머니 속에 시린 손 쑥 집어넣고

 

곡예사를 방불케 서커스를 하듯

한 방울의 물도 튀기지 않고 걷던 재주를 가졌던

아낙들의 수다와 정담이 오고 가던 곳


동치미 국물로 주린 배 채우며

밤새운 아낙들의 애환과 푸념,

 

허세를 부리듯 한숨 섞인 웃음으로

샘물가의 아침은 왁자지껄 수다로 소란스러워지던 곳

 

뒤뚱뒤뚱 촌스러운 배불뚝이 아낙도

쭉쭉 빵빵 몸매의 수줍은 새색시도

머리에 물동이이고 서커스 펼치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하던 그 시절

생명수 같았던 그런 우물

 

지금은 수도물에 밀려

모두 폐수가 되어버린

 

여름이면 냉장고 처럼 시원하고

겨울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우물

 

나의 고향 향수가 떠오르면 

항상 그때의 영상이 그림으로 펼처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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