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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

작은 감동으로.../ 이글루 글 정리..

by 수니야 200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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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감동으로...* 어제부터 가을재촉 하듯 가는 빗줄기 오락가락 추척 추적 비 내리는 날 매주 토요일 출근할 사람도 없고 딸아이 학교도 가지 않아 늦은 아침을 준비하여 식탁에 앉았다. "식사해요" 그런데, 옆 지기가 식탁에 앉자마자 작은 포장지로 싼 무엇인가를 내게 내민다. -자, 이거 당신 줄려고 샀어- "이게 뭔데?" -응 올드 팝송- -당신 음악이라면 다 좋아하잖아- -그래 당신 줄려고 샀어- 한다. 식탁에서 작은 포장지를 뜯어보니 CD가 6장 들어 있다. (그런데 품질을 보니 정품을 산 것 같지 않아서 ㅎㅎㅎ) "요거 어디서 샀는데?" "혹시 회사에 들어온 뜨내기에게 샀지?" 난 옆 지기에게 그렇게 물었다. -응 그런데 사실은- -당신 팝송도 좋아하지만- -그걸 팔러온 청년이 너무 안돼서 그냥 도와준다 하고 배춧잎 몇 장 줬어- "왜?" "어떤 청년이 그걸 팔러 왔는데?" "그런 싸구려 CD는 품질이 나빠서 오디오만 버려서 듣지도 못하는데" 난 옆 지기가 속은 것 같아서 다시 물었다. -응, 젊은 청년이 온 얼굴에 화상을 입어서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너무 안돼서 도와준다는 샘치고 샀어.- 그 말을 듣는 내 눈엔 벌써 눈물이 고인다. 옆 지기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난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한들님은 남편을 생솔로 표현하던데 난 남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이 참 착하고 인정도 많지만 또한 화가 나면 불쏘시개처럼 활활 타버리듯 급한 성격을 뭐라고 표현할까? 그러나, 기분 좋으면 살살 녹는 배처럼 사근사근 부드럽고 유한 사람 그래서, 밖에서는 만인의 연인이기도 한 사람 그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 때문에 크게 숨 한번 쉬지 못하고 25년을 살아오면서 부딪혀 불협화음 같은 쇳소리 내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는 늘 긴 호흡 하며 긴장 속에서 마음을 비워내고 살아왔다. 그런데 가끔 이런 작은 일들로 나를 감동시켜 눈물 흘리게 한다. 오늘 아침 나를 위해 사 왔다는 그 CD보다 그 청년을 도와주기 위해 배춧잎 파란 것 몇 장 주고 사왔다는 그 말이 잔잔히 나를 감동시키는 아침이었다. 작은 일에도 잔잔히 감동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만추를 향해 가는 촉촉이 젖은 가을의 끝자락 주말 님들 마음에도 사랑으로 촉촉히 젖는 주말 되십시요. *수니아* 2003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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