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 시집 ‘팽이는 서고 싶다(창비시선)' 중에서 -
그때 지금과 같은 컵별 사이즈를 처음 고안하고 재봉하여 공장생산을 시도한 '로젠탈'에게 브래지어 산업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겠냐며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당시 그녀가 했던 유명한 말 " 민주사회에서 옷을 입건 안 입건 그건 자유죠. 하지만 35세가 지나면 여성의 몸은 받침 없이는 선이 무너져버리죠. 결국 시간은 내편이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35세가 지난 아내를 둔 남편에게 '아내의 브래지어'는 몸의 형상과 변화에 대한 곡절이 고스란히 담긴 비망록이다. 박영희 시인은 민족운동을 위해 무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혐의로 91년에 영어의 몸이 되어 98년에 특사로 풀려나 7년간 감옥에서 보낸 특별한 세월이 있다. 그간 젖먹이였던 어린 딸애가 초등학생으로 자라났고 긴 세월 아내는 옥바라지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느라 온갖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그윽이 담긴 시가 바로 '아내의 브래지어'다. 오래전 '시하늘' 낭송회에 초대되어 그가 직접 소개했던 시 '피죤을 넣다가'를 기억해보면 그의 곡진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세탁기 안의 풍경 묘사가 그리 정겨울 수가 없다. '아내의 브래지어와 내 사각 줄무늬팬티가 어깨동무하며 얼싸안고 빙빙 돌아가고...' 세탁기를 돌리며 향기로 전하는 그윽한 사랑이 물씬하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 비추어볼 때 어쩌면 꼭 아내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지 모른단 생각도 했다. ACT4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Ace Ca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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